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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PETER MARINO: FANCY IN SIMPLY

건축가 피터 마리노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분분하다. 분명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그의 건축, 작품, 차림새까지 어느 것 하나 화려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외형은 단편적일 뿐이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간결함이고, 그가 좋아하는 작품과 취향은 일관된다. 최근 그는 그의 취향을 발현시킨 작품을 선보고, 작가라는 또 하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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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결한 외관이 돋보이는 한국의 ‘분더샵’. 2 건물 외관을 화이트 글라스로 덮어 그 안에 LED 조명을 설치해 낮에는 하얗고, 밤에는 샤넬의 로고를 보여주는 홍콩의 샤넬 부티크 매장. 3 아르누보 형식의 계단이 돋보이는 한국의 ‘하우스 오브 디올’. 4 피터 마리노가 인테리어 디자인한 앤디 워홀의 집 내부.

 

건축가 피터 마리노의 첫 번째 클라이언트는 앤디 워홀이었다. 앤디 워홀은 자신이 살 집을 의뢰했다. 앤디 워홀은 피터 마리노가 28살 때 그의 재능을 간파했다. 오래된 앤디 워홀의 일기장에 ‘도무지 알 수 없는 괴짜’라고 젊은 피터에 대한 인상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피터 마리노는 앤디 워홀의 ‘팩토리 키드’라고 불렸고, 이 관계가 피터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중적인 디자인 분야에서 일부 계층만을 위한 하이엔드 문화를 생산하는 피터의 건축 방향이 앤디 워홀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평론 매체들도 있었다. 그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 자신만이 알고 있겠지만, 확실히 앤디 워홀의 주택을 완성한 후 조르지오 아르마니, 코크 부회장, 슈워츠먼 회장, 카타르의 왕족 등 부호들의 의뢰가 이어진 것은 사실이다. 피터 마리노의 화려함이 극명하게 드러난 작업은 뉴욕의 ‘포시즌스 호텔’ 인테리어다. 하루 숙박비가 4930만원인 펜트하우스로 약 400㎡ 넓이에 9개의 방이 있고 금사로 장식한 침대, 18세기 일본 비단으로 만든 베개, 수공예 매트리스 등으로 채운 초호화 객실이다. 이런 럭셔리한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그가 부호 클라이언트를 상대하고 화려함에 치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를 ‘궁전 전문가(Palace Maker)’라고 일컫는다. 다른 건축가들에 비해 르네상스 시대의 디자인과 패턴을 많이 차용하고 감성적인 디자인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피터 마리노는 기본적으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피터 마리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앤디 워 홀이라면 디자인 성향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가구 디자이너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장 미셸 프랑크(JeanMichel Frank)다. 그는 안드레 퍼트먼이나 보네티 등 수많은 유럽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미친 디자이너다. 네오 클래시즘과 원시미술에서 영감을 받은 장 미셸 프랑크는 이 두 양식을 추상화하여 절제되고 부드러운 선의 디자인을 선보다. 피터 마리노는 건물과 공간 자체는 간결함을 추구 하지만, 다채로운 재료와 색깔, 오브제로 공간을 채울 뿐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다시 한번 하나씩 살펴보면 건물 외관이나 실내 건축 역시 여백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그 안을 채우는 것들이 화려할 뿐이다. 그 안에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의 제품이 놓인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의 인테리어가 과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또 그는 공간이 상업적이든 개인적이든 계단을 강조한다. 화려한 아르누보 스타일로 디자인할 때 계단을 즐겨 사용한다. 피터의 계단이 강조된 대표적인 예가 한국의 ‘하우스 오브 디올’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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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Jean-Michel Othoniel, Black Rosaries, 2014, mirrored blown glass, glass beads, and metal, 220 x 191 x 9 7/8 inches (560 x 486 x 25 cm); ed 1/1, Courtesy the artist, Photo by Philippe Chancel.  6 Peter Marino. 7,  8 Installation view: One Way: Peter Marino, Photo: Luc Caste.
 

피터 마리노의 첫 번째 상업 공간 디자인은 뉴욕의 바니스 백화점이다. 그전에도 바니스 백화점은 거장이라고 불리는 몇몇 건축가가 리뉴얼을 했지만,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만족스럽지 않았다. 클라이언트의 고민은 백화점 자체 브랜드로서의 인지도가 약하다는 점이었다. 피터 마리노는 바니스의 외관에 주목했다. 고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을 필요가 있었다. 입구 정문에 직사각형 유리창을 반복적으로 배치하고, 유리창 안에 다시 직사각형 유리창을 넣는 패턴 을 반복했다. 바니스의 간결함과 파격적인 패턴은 뉴욕 거리의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그의 작품 중 LED 테크놀로지와 현대미술이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한 홍콩의 샤넬 부티크는 랜드마크로 꼽힐 만큼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2만 개가 넘는 LED를 설치하고 그 위를 화이트 글라스로 덮어 브랜드의 순수성을 표현했다. 3층의 샤넬 부티크를 나선형 계단으로 연결했는데 이는 가브리엘 샤넬이 살았던 파리 캉봉가 아파트의 절충주의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또한 5명의 예술가와 협업해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하던 트위드 패브릭, 신화적 동물 장식품, 진주 목걸이, 카멜리아 꽃, 다이아몬드를 작품으로 만들어 매장 곳곳에 설치했다. 피터 마리노가 한국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분더샵’ 이었다. 분더샵은 바니스 백화점 이후에 피터가 처음으로 작업한 멀티 브랜드 매장이다. 피터가 말하길 ‘내가 설계해 지어진 건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고 말할 정도로 분더샵에 애착이 있다. 그는 분더샵의 역할이 단지 매장에서 끝나지 않고 미술 작품과 브랜드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피터는 이불, 송한석 등과 같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에게 분더샵 안을 채울 작품을 의뢰했다. 그는 기업이 아티스트와 상생하도록 돕는 것 역시 건축가의 임무 중 하나라고 말한다. 예술은 브랜드의 명성과 자산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피터 마리노는 건축, 패션, 미술의 긴밀한 관계를 잘 이해하는 동시에 잘 활용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세계에서 손꼽히 는 컬렉터이기도 하다. 인터넷 미술 매체 아트넷(Artnet) 이 선정한 ‘혁신적인 컬렉터(Innovative Collector) 20인’ 에 꼽히기도 했다. 루치아노 베네통, 홍콩 뉴월드 그룹의 아드리안 쳉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실제로 큐레이터로서 2014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 참여했다. 행사 기간 중 바스 뮤지엄(Bass Museum)에서 그가 큐레이팅한 <One Way>전을 열었다. 지난 20년간 마리노가 건축 프로젝트를 위해 주문 제작한 미술 작품을 모아 소개한 전시다. 물론 전시 공간도 직접 디자인했다. 소장했던 데미안 허스트, 안셀름 키퍼, 로버트 메이플소프, 앤디 워홀, 윌렘 드쿠닝, 리처드 프린스 같은 작가의 작품을 선보고, 그가 남다 르게 애정을 쏟는 르네상스 시대의 청동 조각을 소개하기 도 했다. 최근 피터 마리노는 건축가와 컬렉터라는 직함 외에 또 하나의 직업을 달았다. 그는 작가로서 가고시안 갤러리 런던에서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8월 11일까지 진행되는 마리노의 <Fire and Water> 전시는 그가 제작한 상자 형태의 오브제들을 선보인다. 상자의 외형은 금속 소재로 덮여 있고, 금속을 정교하고 화려하게 조각했다. 피터 마리노는 2012년부터 꾸준히 이 ‘상자 시리즈’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청동 조각을 좋아는 그의 컬렉션 취향이 작품에도 그대로 반영된 듯하다. 그가 금속 소재를 사랑하게 된 계기가 있다. 피터는 10년 전 그리스 바다에서 침몰한 배 한 척을 발견했고, 그 배가 2천 년 전에 가라앉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배의 외관은 청동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발견할 당시까지 청동 문양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금속이 아름다운 장신구의 소재도 될 수 있고, 나라를 정복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영원을 약속 할 만큼 강한 내구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점이 그를 소재에 집착하도록 매료시켰다. 사실 그의 의상만 봐도 그가 소재에 집착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가 검은색 가죽 의상을 시그니처 의상으로 택한 이유가 있다. 피터가 생각하 기에 가죽은 남성성을 드러내는 소재고, 검은색은 간결함을 상징한다. 그의 확고한 스타일 덕분에 여행이 잦은 그의 짐도 줄고 매번 스타일링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었다. 실용성까지 겸비한 의상이다. 분명 피터 마리노의 디자인 중심에는 미니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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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디자인 마이애미(www.designmiami.com


EDITOR  LEE SUK CHANG
출처 헤리티지뮤인 201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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