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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TALK,TALK

건강한 각자의 ‘계’

<헤리티지 뮤인> 10주년을 기념, 대담 버전의 ‘톡톡톡’ 칼럼을 준비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고, 그 목소리가 때로 엇갈리고 때로 마주치길 바랐다. 한국 건축계와 한국 미술계의 아웃사이더, 박성태와 홍경한. 과학 커뮤니케이터 원종우와 소설가 김보영의 마주침과 엇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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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이건 ‘계’자가 붙으면 좀 복잡해진다. 미술은 ‘아트(Art)’지만 미술계는 ‘아트 월드(Art World)’다. 미술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작은 생태계다. 작가, 큐레이터, 아트 딜러, 컬렉터, 비평가, 저널 리스트 각자가 제 역할을 잘하면 미술계가 잘 돌아간다. 한국 미술계가, 한 국 건축계가 건강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이, 좋은 건축물이 나올 리 만무하다. 건강한 각자의 ‘계’를 위해 가장 필요한 역할은 크리틱이다. 그런 면에서 박성태와 홍경한, 둘의 역할은 닮았다. 건축 잡지와 미술 잡지의 편집장을 각각 지냈고, 오래 글을 쓰며 비판적인 지식인으로 살았고, 살고 있다. 전시 기획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던 그들은 최근 나란히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박성태 상임이사는 16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의 예술감독, 홍경한 평론가는 초대 강원국제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 선정됐다. 국제 비엔 날레 무대 데뷔는 공통적으로 2018년. 제16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은 2018년 5월 26일부터 이탈리아 베네치아 자르디니 공원 일대에서, 강원국제비엔날레는 2018년 2월 3일부터 강릉 녹색도시체험센터 일대에서 열린다. 통의동 정림건축문화재단에서 둘은 처음 만났다. 서로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나, 부러 마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공 공간과 공공 미술,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비엔날레와 해외에서 열리는 한국관 전시, 난민 문제를 바라보는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헤어졌다. 전통이나 권위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던 글쟁이 아웃사이더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전시의 ‘빅 피처’ 를 그리는 행동가가 된 그들의 행보를 기대하고, 지켜볼 것이다.

 

제16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주제가 ‘Freespace(자유공간)’ 입니다.  박성태, 이하(박) 지난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는 총감독이 알레한드로 아라베라, 그 이전에는 렘 쿨하스는데요. 렘 쿨하스 때부터 지난 100년 동안 건축이 걸어온 길, 근대성을 다시 보자는 흐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좀 아이러니한 것은 렘 쿨하스는 상당히 자본주의에 복무한 건축가 중 하나였는데 베니스라는 공간에서 자신을 리포지셔닝한 면이 있고요. 이후 알레한드로 아라베라나 현재의 이본 파렐, 셸리 맥나마라와 같은 총감독들의 주제는 기존에 자본이나 권력과 접하던 건축을 좀 더 사회적인 건축으로 끌어내려는 작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이런 경향이 생겨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박) 건축가라는 사회적인 상 자체에 대한 물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전에 건축가라 하면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보편적인 이미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조금씩 들통이 난 거죠. 소위, 스타 아키텍트들의 행보를 보면서 건축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에 대한 회의를 일반 시민들이 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2000년대 이후부터 건축의 윤리적, 사회적 측면을 논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그때부터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을 통해 어떤 저항 의식이 드러나고 있었던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홍경한, 이하(홍)  어떤 사람이 총감독이 되느냐에 따라 그해 비엔날레의 특징이 보이는데, 박성태 선생이 총감독이 되었으니 또 다른 메시지를 펼쳐 보 이시겠죠. 시각예술 쪽이 그러했듯, 감독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녹아 있는 전시가 될 거라 유추 가능해요. 

건축이 권력이나 돈의 필요에 의해 치우쳤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 최근의 화두던 것 같습니다. ‘Freespace’에는 공간(Space)이라는 개념이 들어갔는데요. 앞선 화두와 연결한다면, 사회문화적 공유재인 공간이 정치경제적 도구가 된 데에 대한 반성으로 보면 될까요?

(박) 한국관의 주제는 ‘스테이트 아방가르드(State Avant-garde)’예요. 1968년과 2018년,  50년 주기의 두 아방가르드를 비교하며 말을 거는 전시가 될 거예요. 현재 한국 건축계가 당면한 문제, 가령 한국의 건축 언어가 있느냐, 한국은 이 시점에서 어떤 건축을 해야 하느냐와 같은 질문들이 다시 나오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 무엇을 다시 한번 봐야 하는가. 한국 현대건축사에서 우리가 미싱(Missing)한 부분을 발견하고 이것을 들여다보았을 때 한국 건축의 전체적인 지도가 그려질 수 있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나오지 않을까. 그게 1960년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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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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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허무는 SF

인터뷰 장소로 가는 길을 김보영 작가와 동행했다. 근황에 대해 물었다. 작가는 6월에 장편소설 <저 이승의 선지자>, 8월에 4명의 SF 작가의 경장편 을 모은 소설집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를 출간했다. 고정으로 기고하는 사설도 있다. <저 이승의 선지자>는 물리적인 힘이 존재하는 저승이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항상 원고를 작성하고 있어요. < 저 이승의 선지자>는 써놓은 지 꽤 된 글이고, 최근까지 쓴 은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예요. 이 책을 기획할 때 편집자는 두 명의 SF 소설가의 글을 모아 책을 출간한다고 했는데, 힘들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래서 4 명이 됐죠.” 김보영 작가의 말을 빌리면 이 책에 참여한 장강명 작가는 유명한 SF 팬이라고 한다. PC 통신 시절부터 꽤 활발히 활동했다고 한다. 장강명 작가는 웬만한 SF 작가보다 ‘정통 SF’를 쓰는 축에 속한다고 한다. 현재 김보영 작가는 한국일보의 칼럼 필자이기도 하다. “SF 작가와 책을 소개하는 칼럼이에요. 소개와 함께 작가가 과학 기술과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쓰고 있어요. ‘서울 SF 아카이브’ 박상준 대표와 번갈아 쓰는데요. 비교적 대중적인 작가와 팬덤이 강한 작가를 번갈아가며 소개하게 됐어요. 처음 부터 분야를 정한 건 아니지만요.” 작가는 최근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 ‘건담’ 을 주제로 글을 썼다. 우리가 단지 만화라고 치부했던 것이 30년이 지난 지금 과학과 공학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글이다.

원종우 대표는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파토라는 필명으로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 있네>를 진행하고, 최근까지 <밝히는 과학자들> 방송에 출연했다. 원종우는 국내에서 과학 콘텐츠를 기획한다. 더불어 강연이나 행사에 참여하고 기획한다. 원종우 대표를 인터뷰한 기자는 그를 ‘과학계의 유재석’이라고 수사했다. 동의한다. 대중이 과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 원종우의 목표인데 점점 바빠지는 것을 보면 큰 목표를 이뤄가고 있는 듯하다. 원종우와 김보영은 이미 알고 있는 사이다. 올해 6월에 팟캐스트 <과학하 고 앉아 있네>에 원종우가 김보영을 게스트로 초대해 SF 소설에 대한 이야 기를 나눴다. 그전에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토크 콘서트에서 만났 던 것으로 기억한다. 봉준호 감독이 원종우와 김보영을 함께 초대했다. 당시 김보영은 <설국열차>의 시나리오 과학 자문을 맡았었다. 둘은 이미 많은 대화를 나눈 사이다. 그래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했다.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과학과 문학을 이용해 세상 이야기를 나눴다.

 

SF 소설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어요. 우리나라 SF 소설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일까요?

(김보영)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SF 소설을 책으로 내는 작가분이 많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지만 대부분의 SF 소설 작가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웹에서 활동했죠. 천리안, 하이텔이 있던 PC 통신 시절부터요.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독자들을 생각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웹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출판하는 작가들과 다른 방식으로 작업해요. 작업 방식도 성격도 달라서 출판 시장으로 넘어오기 힘들어요. 우선 장편을 쓰는 작가들만이 출판할 수 있어요.

웹에서 활동하는 SF 작가들을 출판 시장으로 편입시키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김) 출판사가 그 역할을 해줬으면 해요. 현재는 SF 출판사가 있지만, 생긴지 얼마 안 됐습니다. 이 분야를 인정해주는 학회도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출판하기에 앞서 문단에서 이 장르 문학이 존재한다는 것을 직시했으면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SF 문학은 인정하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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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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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회 구조와 시스템에 대해 말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원) 첫번째는 서로를 칭찬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합니다. ‘과학과 사람들’은 2014년 제1회, 2015년 제2회 ‘SF 어워드’를 과천 과학관에서 주최했습니 다. (3회부터는 진행하지 않았다.) SF 작가에게 상을 주는 것이 목적인 행사였지만, 저는 SF 작가를 기쁘게 하자는 것이 목표어요. SF 작가들의 이름을 언급해주고,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작가 사진을 크게 걸었습니다. 작가 이름이 불릴 때마다 박수 치고 환호했습니다. 어워드가 권위를 가질 필 요가 없었어요. SF 작가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김) 제가 1회 SF 어워드 장편 소설 부문 수상자 입니다.(웃음) 그 당시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주변의 많은 작가가 그렇게 포기합니다. 그런 자리가 작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분야에서 십 몇 년씩 을 쓰고 있으면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원) 큰 대가 없이 한 분야에 오래 계신 분에게 박수 쳐주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김보영 작가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류 SF 소설 가세요.(웹진 거울을 통해 번역된 김보영 작가의 작품 <진화신화>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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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KIM MAN NA, LEE SUK CHANG

PHOTOGRAPHER  KI SUNG YUL, LEE SOO KANG
출처 헤리티지뮤인 2017년 10월호
본 기사를 블로그, 개인홈페이지 등에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기사를 재편집하여 올릴 경우 발생되는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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