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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HE MODERNIST TOUCH

런던 아람 갤러리는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라고 불린다. 론 아라드, 토마스 헤드윅, 제임스 다이슨 등 현재 거장이라고 불리는 디자이너들이 과거 이곳을 통해 알려졌다. 아람 갤러리는 미래의 디자인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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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번트 가든에 있는 아람 스토어 전경. 1층에는 아람 스토어가 있고, 같은 건물 3층에 아람 갤러리가 있다. 2 2016년 9월 진행된 로우 컬러의 전시 중 작품 ‘색채학’. 3 2016년 5월에 진행된 영국 건축 사무소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의 전시. 4 아람 갤러리에서 선보인 디자이너 노일훈의 ‘라디올라리아 테이블’.
 

디자인에 관한 글에서 ‘실험적’은 제법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다. 물건의 기능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없을 때 실험적이라는 단어를 쓴다. 런던의 아람 갤러리에서는 종종 실험적인 디자인을 소개하고 전시한다. 전시된 디자인 작품을 보고 있으면 고개가 갸우뚱한다. 작품에 대한 설명과 철학을 듣고 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람 갤러리에서 사용하는 ‘실험적인’이란 단어는 ‘앞선’으로 대체해도 무방 하다. 아람 갤러리를 거쳐간 다수의 디자이너는 유명해졌고, 거장이 됐다. 아람 갤러리는 두 명이 주도해서 만들었다. 큐레이터이자 디자이너, 국왕립예술학교(RCA)의 학장이기도 한 대니얼 차니(Daniel Charny)와 디자이너 지브 아람(Zeev Aram)이 힘을 모았다. 갤러리는 2002년에 개관했다. 아직 20년도 채 안 된 셈이다. 아람갤러리와 함께 언급되는 디자인 갤러리에 비하면 신생 갤러리라 할 만하다. 아람 갤러리가 단시간에 강력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건 두 사람의 혜안과 확고한 철학 덕분이다.

갤러리에서는 일 년에 최대 5개의 전시를 진행한다. 가구와 제품은 물론 패션과 주얼리, 그래픽까지 디자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 분야라면 모두 전시의 주제가 된다. 한 명의 디자이너에 주목하여 전시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디자인 과정이나 재료를 주제로 정할 경우에는 단체전으로 기획된다. 대니얼 차니는 디자인 분야와 현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아람 갤러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큐레이팅을 맡고 있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2009년 <슈퍼 컨템퍼러리(Super Contemporary)> 전시를 총괄했고,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이 2008년 런던에서 진행한 <디자인 메이드>전에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론 아라드를 발견하고 아람 갤러리에서 소개한 것도 대니얼 차니의 선택이었다. 지브 아람의 목표를 실현하기에 대니얼 차니는 최고의 파트너다. 갤러리의 역사 는 짧지만, 갤러리에 대한 구상은 오래전부터 지브 아람의 머릿속에 있었다. 지브 아람은 이스라엘 출신의 가구 디자이너로 1957년에 런던으로 이주했고, 당시 센트럴 스쿨 오브 아트 앤 디자인(Central School of Art and Design)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건축 사무소에 가구를 제공하는 일을 했다. 에르노 골드핑거(Ernö Goldfinger), 바실 스펜스(Basil Spence) 등 당대 유명 건축가들이 아람의 클라이언트다. 건축가가 원하는 가구를 대신 골라주거나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런던의 가구 디자인 시장은 넓지 않았다. 지브 아람이 구할 수 있는 가구는 공장에서 생산한 원목 가구 정도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 비코 마지스트레티(Vico Magistretti) 등 신인 디자이너들이 인정받고 있었고,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등 거장들의 작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브 아람은 런던에 앞선 디자인을 소개하기 위해 1964년 아람 스토어(Aram Store)를 열었다. 판매보다는 쇼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2002년 현재 코번트 가든(Covent Garden)으로 이사 오면서 갤러리를 개관하게 됐다. 지브 아람은 개관 당시 “디자인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실험적인 디자인을 무료로 선보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브 아람은 지금도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 다닌다. 유럽 전역에 흩어진 디자인 학교의 졸업 전시를 일일이 찾아 다닌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토머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 독일을 대표하는 산업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 등 현재 유명한 디자이너들과도 졸업 전시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열린 마음과 현명한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디자인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본능에 충실하는 법을 배웠어요. 숨죽여 바라보게 만드는 디자인이라면 그게 바로 좋은 디자인이죠.”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와 제임슨 다이슨도 아람 갤러리를 거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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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디자이너의 완제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보여 주는 전시 ‘프로토타입 앤 익스페리먼츠 9’.  3, 4, 5  한 달 동안 하루 한 개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영국 가구 디자이너 맥스 포멜드의 수공예 작품. 6 2015년 <엑스트라 오디너리(Extra Ordinary)>에 참여한 작가 마르틴 리그터스(Martijn Rigters)의 가열된 와이어로 폴리스틸렌을 깎아 만든 소파. 7 아람 스토어와 아람 갤러리를 맡고 있는 디자이너 지브 아람.

 

아람 갤러리의 신인 발굴은 현재 진행 중이다. 최근 전시한 작가 중 두각을 나타낸 이들을 꼽자면 네덜란드 아티스트 듀오 로 컬러(Raw Color). 색을 주제로 작업하는 로 컬러는 그래픽 디자인은 물론 설치 작업과 제품 디자인, 건축까지 넓은 영역에서 활동한다. 2016년 9월 아람 갤러리의 전시에서는 그들의 작품 중 실험적인 설치 작업을 추려 소개 했다. 작품 ‘색채학(Chromatology)’은 색종이를 감아 만든 두루마리 끝에 종이 재단기를 설치한 작업이다. 종이를 분쇄해 만들어진 색종이 조각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자연스럽게 색이 섞인다. 아람 갤러리 전시에서는 고흐의 작품에 주로 쓰인 색으로 작품을 구현했다. 표백제를 이용해 유색 천의 패턴을 만드는 설치 작품 ‘암호화와 코드화된 텍스타일(Cryptographer & Encoded Textiles)’ 등을 선보다. 2016년 5월에 진행된 영국 건축 사무소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의 전시는 엔지니어, 환경 전문가, 그래픽 디자이너, 산업 디자이너 및 모델 제작자가 한 팀을 이루어 건축을 완성하는 건축 사무소의 성향을 잘 드러내 고 있다. 2011년에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노일훈이 한국인 최초로 초대되어 개인전을 진행했다. 불규칙한 구멍이 뚫린 뼈대를 이용해 날렵한 곡선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라디올라리아(Radiolaria)’ 테이블 시리즈를 선보다. 최근에 열린 단체전 ‘프로토타입 앤 익스페리먼츠 9(Prototypes & Experiments IX)’은 아람 갤러리의 시그니처 전시다. 아람 갤러리 전시에 참여했던 디자이너들 작품의 프로토타입을 소개하는 전시다.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도출되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현재는 영국의 가구 디자이너 맥스 포멜드(Max Frommeld)의 수공예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아람 갤러리는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예술의 범주에 있어도 틀리지 않을 정도의 실험적인 디자인을 볼 수 있는 동시에 머지않은 미래에 주류가 될 디자인을 미리 체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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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아람 갤러리 (www.thearamgallery.org)


EDITOR  LEE SUK CHANG  

출처 헤리티지뮤인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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