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본문영역 바로가기
닫기

ARCHITECTURE

하이라인의 출구들

건축물은 사적인 공간이었다. 이용하는 이들이 정해져 있었다. 디자인 스튜디오인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있다. 하이라인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 이후의 작업도 마찬가지다.

2.jpg

3.jpg

1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 ‘출구’, 몰입형 6채널 비디오 및 사운드 설치, 2008~2015. 2 모스크바 강을 낀 자르야드예 공원과 다리형 테라스. Photography by Iwan Baan. 3 브로드 외관 전경. Photography by Iwan Baan. 4 볼트의 옥상이자 브로드의 3층인 갤러리. 천장은 외곽 구조물인 베일이다. Photography by Iwan Baan. 5 동굴이 연상되는 터널형 에스컬레이터는 볼트라는 내부 건축물의 기둥이자 뼈대다. Photography by Iwan Baan. 6 관객은 3층 갤러리 관람 후 볼트의 계단을 통해 로비를 빠져나온다. Photography by Iwan Baan.

 

뉴욕 맨해튼에는 프랭크 게리나 장 누벨 같은 거장의 건축물이 즐비하다. 그중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건축물은 국내에서는 낯선 디자인 스튜디오인 ‘딜러 스코피디오+ 렌프로(Diller Scofidio + Renfro)’가 설계한 ‘하이라인’이다. 서울로가 개장하면서 국내에도 많이 언급된 하이라인은 뉴욕 맨해튼을 가로지르는 고가 형태의 화물 노선을 공원으로 변화시킨 프로젝트다. 2010년 1.6km의 첫 번째 구간이 공원으로 바뀐 뒤 이듬해 두 번째 구간, 그리고 2014 년에 마지막 세 번째 구간이 대중에게 공개됐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맨해튼의 기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뉴욕 시민의 삶을 뒤바꾼 건축물이 됐다. 이제 하이라인은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함께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장소다. 뉴욕시의 부동산 흐름도 바꿨다. 지하철역에 가까운 빌딩보 다 하이라인에 가까운 빌딩의 시세가 치솟았고, 유명 레스토랑도 이곳에 연이어 문을 열었다. 폐허나 다름없던 고가가 생물처럼 인근 지역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 이다. 업사이클링의 가장 좋은 예다.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는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엘리자베스 딜러와 리카르도 스코피디오, 찰스 렌프로의 디자인 스튜디오다. 이들은 하이라인처럼 건축에 공공성을 덧붙이고 예술과 문화적 개념을 불어넣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다. 건축 외에 다양한 설치 미술 작업도 해왔는데 올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하이라이트>에도 그들의 작품 ‘출구(Exit)’가 소개됐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도시학자인 폴 비릴리오의 제안으로 제작한 몰입형 비디오 설치 작품이다. 이들은 통계학자와 예술가, 과학자와 협력해 통계학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성된 360도 영상 형태의 지도를 만들었다. 원형 공간에 파노라마 형태의 스크린을 만들어 ‘인구의 변화: 도시들’, ‘송금: 자국으로 자금 발송’,  ‘정치 난민과 강제 이주’, ‘해수면의 상승과 침몰하는 도시’, ‘ 자연재해’, ‘할 말을 잃은, 삼림 파괴’ 등의 여섯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데이터로 인해 국지적이라고 생각했던 사고와 재난 영역의 경계마저 허물어졌다는 걸 보여줬다.

하이라인 이후에도 다양한 건축 작업을 해왔는데 눈여겨볼 만한 몇 가지 작업이 있다. 그중 하나가 2015년 완공한 ‘브로드(Broad)’이다.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위치한 이 건물은 브로드 예술재단(Broad Art Foundation)의 현대미술관이자 작품 보관소다. 브로드 맞은편에는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이 있다. 브로드는 건축물의 사면과 천장이 ‘베일(Beil)’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구조물에 둘러싸여 있다. 마치 구불구불한 원통형 창문을 비스듬하게 뚫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 구조는 건물의 1층부터 3층까지 비스듬하게 관통하는 스컬레이터에도 적용되어 있다. 바로 ‘볼트(Vault)’라는 유기적인 형태의 기둥이자 미술관의 바닥이며 계단이고 통로다. 베일에 가려진 건축물 안의 건축물이다. 입구는 베일이 살짝 들린 형태로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마치 해안 절벽에 있는 동굴 입구에 서 있는 느낌이 든다. 이 동굴이 바로 볼트다. 전시장과 사무실, 작품 보관소를 구분 짓는 역할도 한다. 볼트의 기둥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갤러리인 3층이 나온다. 기둥과 벽면이 하나도 없는 높은 천고를 가진 4000제곱미터(1224평)의 넓은 공간이다. 3층의 외벽과 천장인 베일에 여과된 자연 채광과 공기가 3층을 채운다. 전시를 관람하고 건물 정가운데 있는 수직의 원통형 엘리베이터나 옆의 계단으로 내려오면 서점과 커피숍이 있는 로비로 다시 나오게 된다. 2 층은 컨퍼런스룸과 사무실, 작품 보관소 등 다양한 업무시설이 있고, 1층은 로비 외에도 갤러리와 작품 보관소가 있다. 볼트로 인해서 공간이 전시장과 업무시설로 자연스럽게 나누어져 관람객들은 갤러리와 컨퍼런스룸만 이용하는 동선이다.

 

1.jpg

1 로이 앤 다이애너 바겔로스 교육센터 외관. Photography by Iwan Baan. 2 자르야드예 공원의 전체 전경. Photography by Iwan Baan. 3 자르야드예 공원의 마켓 공간. Photography by Iwan Baan. 4 건물을 덮는, 움직이는 거대한 철제 구조물 더 셰드. Diller Scofidio + Renfro in collaboration with Rockwell Group.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의 2016년 작업 중에는 두 개의 대학 건물이 있다. 하나가 뉴욕의 컬럼비아대학교 내에 있는 로이 앤 다이애너 바겔로스 교육센터(Roy and Diana Vagelos Education Center)다. 의대와 간호대, 치대, 보건대, 예술대학원 및 과학대학원으로 사용된다. 이 건물의 외형은 상자를 불규칙하게 쌓은 것 같지만 화학에서 원소를 분리할 때 쓰이는 캐스케이드라는 규칙적인 과정을 형상화했다. 일종의 ‘스터디 캐스케이드(Study Cascade)’로 건물 외부에서도 보이는 주황색 계단을 따라 1층부터 14 층까지의 공간이 강의실로 확장되기도 하고, 만남의 장소 가 되며 도서실이나 스터디 라운지, 테라스로 변하기도 한다. 이런 유기적인 공간 뒤에는 당연히 일반적인 강의실과 업무공간이 숨어 있다. 다른 하나의 대학 건물은 버클리의 캘리포니아대학교에 있다. 학교 구성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도 함께 이용하는 미술관이자 영화 박물관인 BAMPFA(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 다. 1939년에 지어진 프레스 빌딩을 리모델링하고 증축해 갤러리와 소극장, 아트랩, 영화극장, 도서관, 연구소, 카페 등이 있는 건축물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였다.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는 기존의 건물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사용된 카메라 형태의 건축물을 옆으로 증축하면서 기존 건물 위에도 씌워 연장했다. 기존 건축물은 흰색 콘크리트 외벽으로, 증축한 건축물은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로 마감했다. 단조로운 건축물에 부드럽고 유연하면서 현대적인 외투를 입히는 작업이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가장 번화가이자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장소가 있다. 러시아를 상징하는 붉은 광장이다. 크렘린 궁전과 스파스카야 탑, 레닌 묘, 성 바실리 대성당, 우스펜스키 대성당, 굼 백화점 등 역사적인 건축물이 가득 들어찬 이곳 바로 옆에는 붉은 광장 두세 배 넓이의 부지가 있었다. 모스크바 강을 낀 14만 제곱미터(대략 4만3000 평)의 땅으로 마천루와 유럽 최대 크기의 호텔 등 여러 프로젝트가 시도되고 기초공사에도 들어갔지만 결국 모두 취소됐다. 그리고 2012년 이 지역을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디자인 공모전이 개최됐다. 27개국의 90개 공모작 중 당선 작은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의 설계다. 그리고 2017 년 완공되어 대중에게 공개됐다. 모스크바에 70년 만에 들어선 새로운 공원의 이름은 ‘자르야드예 공원(Zaryadye Park)’이다. 이곳은 단순히 산책하는 공원의 기능으로 그치지 않는다. 공원과 함께 광장, 소셜 공간, 문화시설, 오락시설 역할도 겸한다. 이를 위해 지하에는 거대한 주차장을 만들고 그 위에 러시아의 대표적인 자연환경을 상징하는 1개 의 툰드라와 4개의 숲, 1개의 대초원, 2개의 습지를 조성했다. 모스크바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역사적인 건축물과 함께 러시아의 다양한 자연 경관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다.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이 공원을 통해서 러시아의 기후 변화를 감지하고 대비하도록 했다. 대 초원을 상징하는 가장 높고 넓은 언덕 위에는 지형을 따라 유리 지붕을 덮어 야외 공연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공원의 랜드마크는 따로 있다. 공원 중심부의 두 광장에서 시작한 다리가 모스크바 강 위에서 만나는 ‘V’자 형태의 거대한 테라스다. 아마 모스크바의 수많은 연인이 생겨나고 또 헤어질 명소가 될 것이다.

올해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가에 들어설 미술관 ‘뮤지엄 오브 이미지 앤 사운드(Museum of Image & Sound)’와 하이라인의 끝자락에 있는 초고층 빌딩 ‘15 허드슨 야드(15 Hudson Yards)’가 선보인다. 15 허드슨 야 드는 2018년 완공이지만 2019년에는 이 빌딩과 연결된 뉴 욕의 새로운 예술 창작 센터 ‘더 셰드(The Shed)’가 문을 연 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건축물이다. 8층 높이의 예술창작 센터를 감싸는 움직이는 거대한 철제 구조물을 씌웠다. 바퀴가 달린 이 셸을 움직이면 센터 앞 광장이 또 하나의 건축물이 된다. 대규모 공연장과 드넓은 전시장이 되기도 하는 다목적 공간이다. 예술창작센터의 구조도 변경이 가능해 셸과 센터가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이 셸을 실제로 이동 시키는 시험 운전도 거쳤다.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의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MoMA의 증축 설계도 맡아 진행 중이다. 이런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의 작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축물을 사적 공간으로만 인식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볼트와 캐스케이드, 자르야드예의 테라스, 셰드의 거대한 셸 같은, 하이라인처럼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과의 결합이다.

muine logo.jpg

 

 

사진 제공 까르띠에(www.cartier.co.kr), Diller Scofidio + Renfro(www.dsrny.com), Diller Scofidio + Renfro in collaboration with Rockwell Group


EDITOR  AHN SANG HO

출처 헤리티지뮤인 2018년 1월호
본 기사를 블로그, 개인홈페이지 등에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기사를 재편집하여 올릴 경우 발생되는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ud_line.jpg

  • 이벤트
  • 홈
  • 북마크
  • 정기구독신청
닫기